겸수회에서 주기적으로 방문 진료를 하고 있는 ‘함께사는 집’에 병원 선생님, 그리고 선배, 및 학우와 봉사활동을 떠났다. ‘함께사는 집’은 익산에서 약 자가용으로 30-40분 거리에 위치하는데 가는길에 불빛하나 없고 인적하나 없는 첩첩산중이다. 이렇게 다소 외지고 소외된 곳에 위치하는 ‘함께사는 집’은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모여 사시는 곳이다. 언뜻 보아도 주변에 의료시설 없이 의료혜택에서 소외되어 있을 것 같은 이분들은 역설적으로 정작 우리사회에서 가장 의료혜택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었다.
학교에서는 많은 치의학 지식을 배운다. 슬라이드를 통하여 수도 없이 많은 환자들의 구강상태를 볼 기회가 있고 많은 정보와 의학정보를 배울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학교에 있는 많은 슬라이드에서는 비정상적인 구강상태를 가지고 있는 환자의 눈을 볼 수 없다. 환자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환자와 소통할 수 없다. 이렇듯 지식으로서만 치의학을 접했던 나는 ‘함께사는 집’에서 진료를 보조하며 치과의사는 구강질병을 치료하기 이전에 사람을 치료하는 것임을 알게 해주었다. 우리들이 방문을 했을 때 ‘함께사는 집’에 사는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 그리고 나보다 어려보이는 친구도 나이불문하고 우리 일행을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여러번 오다보니 아는 얼굴, 낯익은 분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는데 자주 오지 못하는 것이 죄송할 정도로 반갑게 매번 반겨주신다. 이분들을 통하여 매번 봉사활동을 하는 내가 오히려 더 감동받게 된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환자에 대한 ‘연민’이라는 치과의사의 필수 덕목 배우게 된다. 일반인들은 치과에 죽어도 가기 싫어하고 통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곳 ‘함께사는 집’에서 치과란 치료이외에도 목말랐던 관심과 애정을 받는 곳으로 환자들이 느끼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함께 사는 집’에 계시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서로 치료를 받겠다고 기다리기 때문이다. 특별한 통증도 병적인 증상이 없는 분들도 치과진료를 서로 받고싶어 하신다. 치과 진료를 필요로 하는 곳이 정말 많고 치과의사가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인지 알게되었다. 전치부만 치아가 남아 거의 잇몸으로 식사하셔 많이 야윈 할머니, 거의 모든 치아가 우식증을 가지고 있고 심하게 동요하는 치아들을 가진 분들등, 치과의사의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했다.
‘함께 사는 집’에는 그나마 체어도 설치되어 있고 하여 간단한 레진 및 임시수복물, 스케일링 등이 가능하지만 다른 시설에는 이런 것조차 없는 곳이 많을 것이다. 진료가 끝난 후에 이곳에서 근무하시는 간호사 아주머니께서 차도 주시고 과일도 주시고 매번 많이 챙겨주신다. 너무 얻어 먹기만 할 때는 나도 밥값은 해야 하는데 다음번에 올 때는 더 많이 배워서 직접 진료도 하고싶다고 느낀다.
‘함께 사는 집’에서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는 워낙 주위에 빛이 없어서 하늘에 별이 잘 보이고 유난히 반짝거린다. 봉사활동을 끝내고 반짝이는 별빛과 맑은 공기에 취해 집에 돌아올 때는 항상 너무 보람지다
<09 학번 치의3 박재형>